날보러와요.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라고 알려진 연극이다.
사실 살인의 추억이 나오기전까지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 잘 몰랐다.
80년 이후 출생자들은 아마도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을 것이다.
오래되서 많이 기억나지 않지만
한때 엄청난 유행어를 낳았던 향숙이와
당시 꺼꾸로 매달아놓고 진술을 받아내는 억지 수사과정
그리고 비오는 날 범인을 추격하는 라스트씬이 생각난다.
그때의 긴박감을 상상하며 연극은 과연 어떨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장소 제약의 장점>

영화는 공간을 마음껏 초월할 수 있지만 연극은 그러질 못한다.
기껏해봐야 경찰서 내부와 취조실뿐이다.
아니 저 두 공간만으로 어떻게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설명할 것인가?
모두의 우려 속에 '날보러와요'연극은 우리의 선입견을 당당히 깨버린다.
오히려 저런 장소 제약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세상밖과 유일하게 소통되는 전화기, 증인들의 진술, 김반장이 들고 오는 신문...
경찰서 밖에서 누가 들어올지,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전적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겨진다.
살인현장에 가지 않아도 배우들이 전달해주는 정보만으로도 살인의 끔찍함을 몸소 전해들을 수 있다.
만약 일일이 용의자가 살인하는 장면까지 연출을 했다면 너무도 뻔한 스토리에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연극을 보면서 나오면서 느꼈다. '장소의 제약은 더이상 단점이 아니었다.'


그뿐인가?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
영화관 스피커에서 전달되는 진동과는 차원이 다른 배우들의 실제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듯한 템포로 진행되다가 점점 사건이 전개되면서
범인의 윤곽이 들어날수록 배우들의 목에는 핏대가 서린다.
특히 강력계 출신 김반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서울대 시인출신의 김형사(송새벽)의 분노에 찬 절규..
아 이래서 연극을 보는구나!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더이상 기재하면 스포일러가 될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이 연극은 모짜르트 레퀴엠이 흘러나올 때 조심해야 한다.
왜냐고??
남량특집 저리가게 확실한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범인역을 맡은 김재범 이배우... 정말 제대로다!! 어디선가 많이 봤다했더니 내가 본 연극에서 종종 나왔었는데..
워낙 실감나는 정신이상자 역할에 딴 사람인지 알았다. 앞으로 이 사람 연극이라면 일단 봐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연극 '날보러와요'는 인상깊은 연극임은 틀림 없다.
참 비오는 날은 현장에서 할인을 해준다고 하니.. 한번 알아보시라~

신촌 더 스테이지 공연장 가는길
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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