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 28번지 차숙이네’ 집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연극

남산타워가 빼곰 고개를 내미는 곳에 남산예술센터가 있다.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최진아 작·연출)


   첫장면...

15년 전 당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두 살아 계셨을 적 이야기다.
외할머니는 멀찌감치 서서 눈물을 닦고 계셨다.
이날 몇 십년간 정든 시골집을 부수는 날이었다.
모진 세월을 다 견뎌낸 튼튼한 집도 포크레인 앞에서는 종이집 구겨지 듯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집이 부서지는 광경을 보는 두 노부부는
자식을 떠나 보내는 듯 한참 동안 서운함을 감추지 못 했다.


이 공연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니, 집이 주인공이다.
그 동안 무심하게만 여겨왔던 집에 새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배우들은 주인공을 완성하기 위해 2시간 내내 분주히 움직인다.
실제로는 약 60여 일의 작업 기간을 순차적으로 표현한다.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은 완성되어가며 집에 대한 다양한 철학을 이야기한다.


1. 집은 왜 반듯해야 할까?
네모의 관습, 반듯해야 효율적이고 공사비도 적게 든다.
때문에 대부분의 집은 네모 반듯한 게 일반적이게 되었고
그 사고방식이 그대로 관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2. 나무집이 더 비싸다?
예전에는 다 나무집을 지었는데 지금은 시골도 모두 공구리(콘크리트)로 짓는다.
왜냐면 공구리로 지어야 싸고 튼튼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웰빙 시대라 나무집이 더 비싸다.

            온돌집을 부수면 넙적한 돌이 나오는데, 이 돌은 이집 저집 필요한 집에 부서질 때 다른 집으로 이사간다고 한다.

3. 화장실의 변화
예로부터 뒷간이라고 하여 화장실은 집과는 분리된 최대한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허나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화장실도 어쩔 수 없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초기 아파트는 베란다에 화장실이 있었다고 하고, 이중문 구조로 실내와는 분리된
그런 형태였다고 한다. 현재는 작은 평수 아파트에도 2개의 화장실이 존재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몇몇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적어봤다.
무엇보다 이 공연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은 공연 중에 집을 세운다는 것이다.
바닥에 작은 공간이 마술에서 보던 것처럼 구조물이 올라간다.
이 집이 지어지면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사람들을 상상하며 배우들은 망치질을 한다.


전에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공연이다.
집 짓는 과정이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그런 에피소드들은 공연 관람자들에게 독특한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나 역시 우리집을 돌아보게 된다. 이사갔지만 어릴적 살던 집, 유년기에 살던 집도 생각이 난다.
지금 우리집은 네모반듯한 아파트 속 작은 공간이지만 내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깨달게 되었다. 

프레스콜 현장 모습!!
  
공연장 모습.. 반 원형 경기장처럼 되어 있다.

 

       거푸집에 대한 설명 중


 

이분이 셋째달 시은역

 

     이 공연은 진짜 전부 리얼이다.
     국수를 드신다. 이러다가 진짜 막걸리 한잔 할지도 모른다.

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