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덕분에 과거 자료들을 들여다보고 정리할 시간이 늘어났다.
몇 년 동안 손도 못 대다가 작년부터 내리 3편이나 만들었으니...(비교하긴 그렇지만 가수들이 앨범 내는 고통과 비슷하..?)
내가 만들고 우리가족이 보기 위한 영상을 만드는 것이어서 어떠한 형식도 구애받지 않는데
의외로 영상 편집을 배우고 싶다는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마치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식당에서 "저희 가겐 별거 없는데..."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진짜 정말 별거 없는데..."라는 말은 아무도 안 믿을 거고
결국 다른 변명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기본에 충실하다? 정성을 다한다? 정도로 표현될 것 같다.
작년에 만든 5살 아이성장동영상을 기준으로 설명해보겠다.
<동영상맛집이 되기 위한 여러 조건>
약간 맛집음식에 빗대 표현할 것이고, 흔히 보는 유튜브용 콘텐츠와는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혼돈하면 안 됨!!
1. 재료의 중요성
영상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단연 재료이다.
그 재료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며, 내 아이가 성장할 때 조금씩 주어지는 매우 희귀한 재료이다.
그걸로 편집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시중에 파는 기성품과 비교불가다.
2. 발효과정
최근에 내가 만든 영상 소스들은 적어도 4~5년 정도 숙성 발효된 것들이다.
지금은 다 커버린 아이는 더 이상 그때의 표정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1년 1년이 다르다. 키도 쑥쑥 자라고,
좋은 재료를 최상의 조건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최고의 화질 상대로 최대한 안전하게 백업해두자.
얼마 전 처가댁 형님이 이십 년 된 캠코더를 가져와서 추출을 해가셨는데... 문제는 보관이 잘못돼서 소스가 많이 훼손되었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숙성을 거친 재료는 그냥 틀어만 봐도 즐겁다.
3. 본격적인 동영상 요리 시작 (재료 준비-썰기-화력-양념)
재료를 준비한다.
앞서 다른 포스팅에도 언급은 했지만 재료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나도 보통 7일 이상
요즘은 핸드폰, 노트북, 카메라, 부모님 스마트폰까지 사실상 다 뒤지는 것은 어렵지만 최대한 모아야 한다.
모아진 재료를 입맛에 맞게 썰어보자. 난 최대한 트랜지션(장면 전환 효과)을 안 넣고 날 것 그대로 썬다(컷 편집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재료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단순 컷 편집만 했는데도 영상이 지루하지 않고 불편함이 없다.(요즘 유튜브 영상도 전환 효과보다는 빠른 컷 편집이 대세)
그다음엔 불이다.
불은 아주 중요하다. 영상에서 불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BGM이다. 이 부분은 설명하기 참 어려운데
불을 못 다루면 음식이 다 타버린다. 약불 중불 강불... 오랜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양념도 필요하다.
양념은 EFFECT다. 그렇다고 세상 구하기 힘든 양념이 아니다. 기본양념!! 하지만 배율이 중요
효과음 같은 것을 적절히, 애니메이션 효과도 적절히 쓰면 영상이 확실히 고급져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영상의 '속도조절'(어도비 프리미어 CC 단축 R 버튼)을 통해 나만의 양념을 낸다.
영상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방법인데 요것도 설명이 좀 어렵다.
4. 시그니처 요리
이미 지금까지 과정 자체가 그 식당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시그니처 요리 또는 '오마카세'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함이 필요하다.
6살 영상을 보면 아이 성장 영상이긴 하지만 분명한 컨셉이 있다.
6살 여자아이들이 한창 공주가 되어 나를 꾸미려고 할 때
그때 디즈니랜드 겨울왕국 기획을 해보았다. 그래서 디즈니랜드 인트로를 따와서 적용해보았다. 먼가 오~ 만족스럽다.
이런 시그니처는 유튜브를 통해 공부를 한다. 영상 가편집이 다 끝나도 이 시그니처를 찾기 위해 2~3일을 더 투자할 때도 있다.
동영상 편집 과정을 요리라는 설정으로 표현해보았는데...
나름 영상편집이나 요리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만드는 과정도 비슷한 점이 꽤 많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요리,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듯이... 한번 잘 만들어진 아이 성장 영상은 그 맛을 그대로 재연한다.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든 차려먹을 수 있다. 가끔 아내는 6살 영상부터 역순으로 한 살씩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곤 한다.
옛날에는 가족끼리 둘러앉아 잘 정리된 추억의 앨범을 꺼내보며 즐거워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성장 동영상>이 대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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