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여행책추천/지중해여행]지중해 마을 느리게 걷고를 읽고


보통 지중해하면 유럽의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맑고 투명한 파란 바다에 동화책에서 나올법한 그림 같은 집
그리고 한적하게 떠다니는 고깃배 하나가 떠오른다.
땅 가운데 바다, 대륙이 비해 작다고 하면 작을 그 바다 속을 둘러싸고 여러 마을을
여행한 최상운씨가 수필형식으로 작성한 여행책이다.

여행책이라고 표현하기 이상할 정도로 이 책은 작가의 주관적인 일상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도입부분에 특히 여행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여행 중 만난 사람이나 마을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편안하게 다가선다. 보통은 정보, 여행 팁을 전달하기에 급급한 많은 여행지침서와는 달리
제목처럼 매우 느리게 자신이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일기장에 옮겨 놓은 듯하다.

사실 나도 이런 서정적 스토리텔링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그곳의 여행 스케줄에서는 볼 수 없는 그 곳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딜 가면 뭘 볼 수 있고 뭘 찍어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 어딜 가도 느낄 수 없는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부분을 일일이 찍어 소개해주고 싶지만… 비밀로 붙이고 싶다.
대신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봤었던 부분은 초반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쪽 이야기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강한 책에서는 글쓴이의 경험과 나의 경험을 맞춰봐서 그게 일치하면
독자들은 점점 더 그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어리다면 어릴 중학교 3학년 나이에 유럽여행을 한 적이 있다. (박박 우겨서 갔었지만)
당시에는 배낭여행이 활성화되지 못한 시기라 저런 느리게 걷는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어린 나의 기억 속에 이 책에서 등장하는 '샤모니'란 도시가 나를 붙잡았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 샤모니는 지중해 마을이라고 하기엔 해안가랑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지중해를 끼고 있는 대표국 중에서 내놓으라 하는 관광지임은 분명하다.

샤모니..
지금 이 단어를 듣기만해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당시 나에게 대형 달력에서만 보아 오던 그림 같은 풍경이 실제 내가 타고 있던 버스 바깥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며
두 콧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는 내 생애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책의 여행기를 보면서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내가 느꼈던 그 곳이 지금도 충분히 사람들을 매료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언젠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번 다시 가볼 예정이다.



ps. 요즘 제주도의 올레길도 그렇듯 걷는 여행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빨리빨리 단시간에 미션을 완료하듯 행하는 여행이 아니라 잠시 쉬어서 생각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노하우를 담는 책들이 나오는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
아참.. 매우 주관적이긴 하겠지만 맛있는 식당 정보 한줄쯤은 흘려줬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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