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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6 [임신9주/입덧음식] 대림동 엉터리생고기집에서 받은 사랑의 냉면 한그릇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임신9주/입덧음식] 대림동 엉터리생고기집에서 받은 사랑의 냉면 한그릇

아내의 입덧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입덧’이란게 참으로 꽤씸한 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차이가 심해 어떤 사람은 조용히 지나가기도 한다는데
아내는 지금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다. (4킬로 빠진 상태)
뭐라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마땅히 그게 없다는 게 문제다.
참 사람이 사는데 먹는 낙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그러다가 오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게 있다. 바로 '냉면'
회사 근처에 자주 회식 가는 ‘엉터리생고기’집이다.
원래 고기 집은 후식으로 파는 것이지 냉면 전문집은 아닌지라...
이걸 어떻게 사와야 할지 잠시 고민이 되었다. 고민은 3초. 바로 출동

막상 고기집 앞에 왔는데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멀찌감치서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3천원이 쓰여있었다. (후식가격)
정상가격은 안 써 있었다. 아이고 고민고민..


들어가서 직원(알바생일지도 모름)에게 사정을 잘 설명했다.

나: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해 매꼼한 비빔냉명 한그릇만 포장해줄 수 있나요?

직원:혹시 댁이 머세요?

나:아니요. 바로 앞이예요.

직원:그럼 포장해드릴게요. 멀면 면이 불어서요. 그럼 포장해드릴게요.

직원은 이내 주방으로 가서 아주머니께 잘 설명을 해더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한 십분 동안 식당 앞에서 서성거리길 10여분
냉면을 포장해주셨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원래 냉면만 하면 정상가격?인데 이렇게 오셨으니
3천원만 받으신다. 아 ㅜㅜ 감동의 쓰나미
그리고 곧 영업이 끝날 수 있으니 편하게 드시고 그릇은 내일 가져다 주시면 된다고 하셨다.
거기 있던 남녀 직원둘이 포장본투를 건너면서 웃어주시는데 정말 아름다운 미소였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상황을 잘 설명했다.
정말 고맙다고~~
그리고 그 냉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냉면을 아내 배까지 다다르기에 나와 직원 둘, 주방아줌마까지...참 많은 사람의 노력의 결실이다.
내일 그릇을 돌려줄 때 작은 복숭아를 하나 담아 돌려드렸다. 이게 바로 한국정서~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부디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올라야 할텐데...


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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