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연극/추상미출연] 연극 '은밀한기쁨' 두번보고 결론 내린 이사벨의 죽음의 이유


오랜만에 정통 연극을 한 편 봤다. 그것도 한 주 사이에 두 번이나 봤다.
두 번이나 본 이유는 뭔가의 해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끌림이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극 전개와 캐릭터로 보는 사람마다 입장이 참 천차만별이다.
호불호도 강할 것 같은 그런 연극이다. 198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무슨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어설까??


연극적 견해가 짧은 나로써는 제목을 중간중간 떠올리면서 봤다.
제목: 은밀한 기쁨 The Secret Rapture 란?
수녀가(죽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순간의 환희 - 죽음, 사랑의 죽음, 혹은 삶에 내재되어 있는 죽음
상세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써있다. 결국 죽는 순간에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환희 같은 건가...


(스포 있음)
처음 공연을 봤을 때는 극중 나오는 (주인공제외) 캐릭터가 다 탐욕스럽고 정치적임에 너무 분개했다.
공연 후에도 내가 이사벨이라면 ‘저렇게 착하게 만은 살지 않겠어’라고..
‘착한 여자 콤플렉스’ 같은 건가.. 모두가 다 그녀의 착함을 답답해한다. 착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처음 본다.
결국 그녀의 연인 어윈의 손에 생을 마감한다.
조용히 살고 싶은 이사벨을 가만두지 못하고, 그녀가 가진 재산, 연인, 생명까지 앗아간다.


(잠깐 캐릭터이야기)
그 파멸의 중심에는 나태한 캐서린이 있다. 사회적 약자 같은 그녀는 누군가에 의지해
삶을 이어나가면서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잘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수투성이다.
안다. 그녀도 충분히 힘들 것을...
두번째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마리온 캐릭터.. 친자매 지간인데 이사벨을 가장 오랫동안 보아왔으면서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태클을 건다. 야망의 끝은 혈연도 막을 수 없는 건가.. 왠지 그녀가 모든걸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윈..난 자꾸 여윈이라고 읽어지더라ㅋㅋ 이 캐릭터도 정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정다감한 남자다.
하지만 무언가에 막힌 듯, 점점 변해가고 엇갈리고 망가진다. 더 늦기 전에 멈췄어야 했는데..
톰과 론다 역할은 극 전개상 역시 중요한 인물이지만 따로 부연설명은 안하고 그냥 가담자라 하겠다.
여기까지가 첫번째 공연을 보고 메모해뒀던 내용이다.


근데.... 두번째 관람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추상미(이사벨역)씨가 처음 쇼파에 앉아 명상에 잠겨있는 장면에서...
결말을 아는 입장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사벨이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느낌이랄까?.
아버지의 임종이라는.. 그녀에게는 엄청난 시련과 혼돈에서 가져오는 마지막 선택이라고 할까??
분명 처음 극을 보면서 답답한 부분이었던 이사벨의 선택~
왜?? 이사벨은 멍청하게.. 왜.. 저랬을까 하는 답답함을 씻어주는 명쾌한 답은...
"그래 이사벨은 처음부터 죽음을 준비했었어.."
(물론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 극단적이지만, 심신상실 상태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뜸금 없이 캐서린을 떠안으려 했던 것도..
초반 어윈과 행복한 애정쉽도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아 보인 것도..
사업확장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모두의 의견을 따른 것도..
캐서린의 결정적 실수에도 그녀는 다시 옛날 집을 구매하며 함께 죽음을 준비했...
마지막으로 그 죽음을 암시한 순간.. 그래도 사랑했던 어윈의 권총에 당하고자 했던..


이사벨의 대사 중
"당신이 날 죽인다면, 그것도 내 잘못일까?"
이미 죽기도 전에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대사여서 소름이 돋았다.
다소 비약이 있을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내가 두 번 공연을 본 느낌은 그랬다.
이유야 어쨌던 이 공연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 느낀 부분이 다를 수 있는 게 매력인 것 같다.

그 외 공연 보면서 짧게 든 생각 정리..
연극이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심플한 무대디자인, 몰입도 최고..
핵개발 추진, 거대자본의 투입, 민영화, 노조탄압!! 요즘 답답한 모습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
이명행 배우의 광연기?? 아 매번 볼 때 마다 탄성이 절로 난다.

공연추천!
명배우 명연기~ 흔히 볼 수 없는 정통연극, 이제 아니면 볼 기회가 없을 듯~
간만에 공연 보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보너스~ 배우 인터뷰 영상~


추상미 - 이사벨 역

이명행 - 어윈역

유연수 - 톰역

우현주 - 마리온역

서정연 - 캐서린역

조한나 - 론다역

 

 

 

 

 

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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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터미널/프로젝트박스시야] 연극 '터미널'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연극


연극 터미널을 보기 앞서 특이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연극? ㅋㅋ 터미널에서 벌어지는 9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표현한 연극이다.
아!! 터미널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9명의 작가가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 표현할 수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터미널이라는 단어는 버스만큼이나 친숙한 외래어였다.
우리말로 터미널이란 단어가 뭐인지 생각이 안날 정도로..
문득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북적한 명절 전날 어느 시골 버스정류장? 그 현장속으로 가보자.

(촬영은 이날 오픈전 리허설이라 촬영이 허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러브러브트레인 - 작가 김현우
감히 한국말로 바꿔보자면, 청춘사랑열차? ㅋㅋ 이 열차는 단순히 여행목적지까지 가는 수단에 불과하지 않는다.
열차안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며 여행의 첫출발을 뜨겁게 시작한다.
어쩌면 종착지에 가서 열차에서 내리기 싫을지도 모른다는 조언까지도...
저출산시대에 국가에서 출산장려정책의 하나로 이런 열차를 진짜 출시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그나저나 3등석의 교성하모니는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작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ㅋㅋㅋ 작가의 상상력에 놀랍다. 


2.터미널 - 고재귀
(약간 스포일수도 있지만) 이건 결혼사기다. 그것도 국제결혼사기...
어차피 약자입장에서는 과정이 불공평해도 이 먼 타국땅까지 온 이상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겠는가... 막상 시집와서 보니 상황을 더 열악하고 거기에 학대까지..
의도한 바일지는 모르겠지만 다문화가정 40만명이 넘는 이 시점에서 한번은 꼬집고 반성하고 가자는 의미로 이해해버렸다.

등장과 함께 환호성!!

3.은하철도 999 - 박춘근
시작전부터 너무도 기대했던 은하철도 999, 솔직히 방영당시 나도 어려서 만화전체의 스토리를 알지는 못하지만
저 철이와 메텔의 강력한 포스는 30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도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중년이 되었을 당시 고정팬들이 실제 철이와 메텔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ㅎㅎㅎ
과연 그들은 어쩌다 서울역에 남게 되었을까?
설마해서 경고하는데 메텔역의 이명행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가시길~~


4.소녀가 잃어버린 것 - 조인숙
여고 동창중 한 소녀는 사고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최근에야 정상을 회복했다. 이미 십수년을 흐른 후지만
소녀의 세친구들을 여고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미 두 친구들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삶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고 잠들었던 친구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다양한 만감이 교체한다.
출발은 같았으나 각자의 인생길은 저마다 다드라. 마치 제비뽑기를 한 것처럼..
그러나 인생이 간단히 한번의 제비뽑기였다면 그건 정말 힘들 것이다. 여러번의 제비뽑기가 합쳐서 하나의 인생을
만든다라는 대사가 오랜 여운이 느껴진다.


5.소 - 천정완
사람은 일평생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정해져 있다. 그 정해진 양을 넘어서면 사람은 소가 된다.
참 독특한 발상이다. 우리네 할머니들은 평생을 소처럼 일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매일 온 몸이 아프다 하시면서..
물론 평생 부지런히 일을 하셨기 때문에 장수하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단명하신 분도 계시지만..
이것 또한 요즘 흔히 말하는 워커홀릭을 말하는 것 같다.
과연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중년 느즈막히쯤에나 힌트가 살짝 보이는 그 어려운 인생질문을 잠시 꺼내어본다.


6.전하지 못한 인사 - 유희경
여주인공 노라는 아빠꿈을 꾸게 된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빠에게 모질게 굴었던 자신과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노라는 혼란스러워 한다.
이제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아빠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인사.. 그리고 아빠가 전해준 미안해, 고마워~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이 많다. 그건 어쩌면, 그때마다 감정표현에 서툴러서 오해를 낳았을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사랑합시다!! 그리고... 이 공연의 압권.. 이창훈 배우의 납득이 초월연기 ㅋㅋㅋㅋ
집에 가는 길에 돈크라이마마 영화를 보는데.. 이 배우님이 의사로 나오신다. 빵터짐~~


항상 이런 작품을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이런 다양한 컨셉의 연극은 없을 것일까?? 내 눈에만 안 띄나? 홍보를 안해서...
확실히 로맨틱코메디 연극보다는 수익성도 떨어지고 열악하겠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날씨에 어울리는 연극 한편!! 마치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 한권을
하루종일 공원에 돗자리 깔고 앉아 해질녁쯤 다 읽어버린 쾌감이라고 할까~
나도 이제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공연보다는 이런 오랜 여운이 남는 공연을 찾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터미널이 그렇게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단편 하나하나 보고 난 후 다시 한번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게 되고
아홉작가에 대한 정보를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정도~~

이날 대활약을 해주신 이명행배우..'푸르른 날에' 꼭 보러가야지...

storyP에서 퍼온 터미널 연습장면^^

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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