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워낭소리를 봤습니다.
그 동안 독립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먼 곳까지 갔어야 하는데
워낙 화제가 일어나서인지 가까운 동네 극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 너무 기뻤습니다.
150만 관객동원이란 말답게 그날도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오셨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봄이 되면 시냇물이 녹아 흐르는 것처럼 쉼 없이 제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80년대 생인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시에서만 살아 재래식 농법도 모르고, 소가 논밭을 가는 장면도 보지 못했습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저런 시골풍경과 생활이 제게는 워낙 낯설어
나와 대입이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소가 힘겹게 걸으면서 내는 워낭소리에
제 마음도 조금씩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150만 관객들 모두 저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자막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해준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제작을 하려다 지원이 없어 실패를 했다고 하던데..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영화 속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마흔 살 소의 진한 우정,
미국 소고기 수입에 따른 한우의 위기,
소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갈등 속에서 묻어 나오는 웃음,

따지고 보면 어느 자본주의 영화보다도 완벽한 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그런 요소들보다도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을 다 함께 지켜 나아가자는
감독의 숨은 마음이 더 가슴에 와 닿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제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워낭소리 속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마흔 살 소입니다.
‘너도 나도 힘들다. 못살겠다.’ 불평불만 많이 하는 이 시대에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한평생을 논과 씨름하며 살아온 할아버지와 마흔 살 소..
그 모습이 어쩌면 오천년간 이 땅을 지켜내 온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강인한 정신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희생정신이 지금 우리가 이 땅에서 터전을 내리고 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소'에게만 모든 것을 바치고 있습니다.
(물론 연출이나 기획의도가 있겠지만 한편으로 조금 서운한 게 있었습니다.)


워낭소리 속 숨겨진 주인공은 어머니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계속 팔자를 탓하며 하소연을 하십니다.
할아버지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할 뿐입니다.
그 옆에서 할머니도 같이 일을 거둡니다.
혹여 할아버지가 아파서 몸져누웠을 때에도
옆에서 간호를 하며 할아버지의 건강을 살피십니다.
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영감 죽으면 나도 따라 죽어야지."
"자식들과 살기 싫다.. 눈치 밥 먹느니 그냥 혼자 산다."
심지어 저 소를 당장 장에 내다 팔라고까지 말합니다.
소를 팔아야 농사를 그만두고 할아버지의 건강을 좀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소를 내다 파는 날, 할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십니다.
할머니의 속마음은 어땠을까요?
할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희생한 소에게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그 뒷바라지를 외롭게 해오셨을 할머니,
그 분이 워낭소리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이 시대를 살아오는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이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ucc인생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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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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